"일단 해보고 판단하자"가 덤덤한 오리님의 기본 자세였어요. 시도 없이 포기하는 걸 본 적이 없습니다. 그 태도가 팀 전체의 문화가 됐을 정도입니다.
장애 사후 분석(RCA) 문화를 정착시키는 일을 같이 했어요. 덤덤한 오리님이 템플릿과 초기 3건의 리뷰를 직접 쓰셨는데, 책임 추궁이 아니라 시스템 개선을 향하는 톤으로 문화를 잡아주신 게 결정적이었습니다. 이후 우리 팀은 장애를 두려워하지 않고 배우는 조직이 됐어요. 내부 관리자 툴 재설계 때 권한 모델을 다시 짜셨어요. 역할이 수십 가지였던 기존 구조를 책임 기반 소수 정책으로 단순화하셨고, 덕분에 권한 관련 버그가 눈에 띄게 줄었습니다.
마이그레이션 당일 새벽에 모니터링을 혼자 돌려놓고 슬랙에 계속 상태를 공유해주시던 게 고마웠습니다. 남의 일까지 떠안으시는 것처럼 보일 수 있는데, 본인 담당 구간을 먼저 마치고 자발적으로 남으신 거였어요. 팀이 잠든 시간에 혼자 깨어서 보이지 않는 일을 해내는 사람의 기록이, 다음 날 아침 스레드로 남아 있었습니다. 파트너사 미팅에서 불리한 조건이 제시됐을 때, 조용히 근거 자료를 꺼내셔서 판을 뒤집은 적이 있어요. 미팅 전에 미리 예상 시나리오를 준비해두셨던 거였죠. 말수는 많지 않지만 꺼낸 한 마디가 전체 협상의 무게중심을 옮기는 순간이었습니다. 끝나고 우리 팀 매니저가 덤덤한 오리님 덕에 숨통이 트였다고 직접 감사를 전했어요.
회의에서는 글보다 말로 의견을 바로 꺼내주시면 더 좋을 것 같아요. 이미 정리된 결론을 가지고 계신 게 자주 보였거든요. 회의 후에 슬랙으로 추가 의견을 주실 때가 있는데, 그 시점이면 이미 결정이 한 방향으로 흐르고 있는 경우가 많았습니다. 회의 안에서 가볍게라도 목소리를 내주시면 전체 방향이 달라질 순간이 꽤 있을 거예요. 본인 PR 설명을 조금 더 풀어 써주시면 리뷰어들이 덜 힘들 것 같아요. 코드는 명확한데 의도 배경이 짧을 때가 있어서, 리뷰어가 코드를 읽으면서 맥락을 추측해야 했던 순간이 있었습니다. 특히 큰 PR일수록 "왜 이 구조를 택했는가"를 한두 문단 넣어주시면 리뷰 품질이 훨씬 올라갈 것 같아요.
리더십 전환을 준비 중인 분이라면 좋은 상사가 되실 것 같아요. 이미 그렇게 일하고 계셨고, 사람을 대하는 태도가 안정적이고 일관됩니다. 매니저 커리어로 가시더라도 팀이 안심할 수 있는 분입니다.
제 커리어의 한 챕터를 같이 써주신 분. 지나간 프로젝트들을 돌아볼 때마다 덤덤한 오리님이 그 한가운데에 있었다는 걸 새삼 느낍니다. 감사드린 적이 많지 않은 것 같아 이렇게라도 남겨둡니다. 같이 일할 때 받은 도움만큼 돌려드리지 못한 것 같아 마음에 남아 있어요. 언젠가 덤덤한 오리님이 필요한 순간이 있을 때, 그때는 제가 먼저 도울 수 있는 사람이 되어 있으면 좋겠습니다.